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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광현은 '영혼의 라이벌' 양현종을 왜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나.

SSG 랜더스 김광현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 1988년생 두 동갑내기 친구는 어린 시절부터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한국 야구 좌완 에이스 계보를 잇는 파워피처. 각 소속팀 에이스 뿐 아니라 국가대표, 메이저리그 진출 등 밟아온 커리어까지 거의 비슷했다. 누가 더 나은 투수라고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

그렇게 탄탄대로를 걷던 두 사람. 세월이 흘렀다. 벌써 올해가 프로 18년차. 그런데 올해 두 사람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먼저 양현종은 승승장구다. 팀도, 본인도 잘나간다. KIA는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양현종은 9승3패 평균자책점 3.75로 다승 공동 9위, 평균자책점 7위를 달리고 있다.

21일 롯데 자이언츠전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경사를 맞이했다. 개인통산 2049번째 삼진을 잡으며, 송진우를 넘어 KBO리그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것. 이날 삼진을 2053개까지 늘렸다. 양현종이 삼진을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다.

반대로 김광현은 이렇게 풀리지 않는 시즌이 있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7승9패 평균자책점 5.34.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2승5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더 안좋다. 이 10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기가 4경기나 되니 운도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운도 운이지만 김광현 스스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젊은 시절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구위는 이제 나이를 먹고 유지하기 힘든데, 투구 스타일과 패턴은 젊었을 때 그대로니 버티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KBO리그 타자들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50km를 던지는 외국인 선수들도 고전한다. 150km 구속은 기본이요, 여기에 제구와 경기 운영이 동반돼야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김광현이 양현종의 변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후 KIA에 돌아온 2022 시즌부터 조금씩 투구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과감한 직구 승부에 의존하는 게 아닌, 힘을 빼고 변화구와 로케이션으로 수싸움을 하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자존심을 내려놓은 것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이게 롱런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걸 양현종은 일찌감치 깨달았다. “나도 150km로 윽박지르고 싶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수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어린 시절부터 쌓은 경험으로, 강약 조절을 하고 있다. 류현진 형도 강속구보다 매커니즘과 로케이션에 집중하더라. 이를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매우 인상적인 코멘트였다.

SSG 이숭용 감독도 김광현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얘기해왔다.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당장 눈앞데 닥친 현실이기 때문이다. 올해만 야구 하고 말 게 아니다. 이런 면에서 김광현에게 양현종은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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