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금 삼성(라이온즈)이랑 3경기 차이라고요?“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눈이 가늘어졌다. 승리를 향한 사령탑의 의지가 선수단의 마음에 닿은 걸까.

두산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시리즈 3차전에서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59승째(55패2무)를 기록, 상위권을 향한 추격의 첫걸음을 뗐다. 영리한 주자들의 화려한 발야구에 강렬한 결승포, 강력한 불펜까지. 두산의 강함을 상징하는 명장면을 모아놓은 승리였다.

두산은 전날까지 8월 5승5패로 비틀거렸다. 그 사이 3위 삼성이 8승3패로 상승무드를 타며 앞서나갔던 것. 소속팀 운영에만 골몰하던 이승엽 감독이 당황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다시 흐름을 다잡았다.

반면 롯데는 8월의 상승세가 꺾였다. 앞서 4연승 후 박세웅이 등판한 9일 KT 위즈전 패배, 그리고 3연승 후 박세웅이 등판한 두산전 패배라는 결과에 직면했다. 박세웅의 투구내용이 나쁘진 않았지만, 불운에 피홈런까지 겹쳤다.

두산은 경기에 앞서 '85억 FA' 베테랑 허경민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허경민은 전날 경기 도중 롯데 황성빈의 땅볼 타구를 맨손으로 처리하려다 새끼손가락 불완전 탈구라는 불운한 부상에 직면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유찬이 허경민이 했던 역할을 해줄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 시선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반면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날 생일(음력)을 맞이했다. 그는 '생일 선물'을 묻자 “박세웅이 잘 던졌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롯데는 황성빈(중견수) 고승민(2루) 손호영(3루) 레이예스(좌익수) 나승엽(1루) 전준우(지명타자) 윤동희(우익수) 박승욱(유격수) 손성빈(2루)의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했다. 선발은 박세웅.

두산은 정수빈(중견수) 제러드 영(지명타자) 양의지(포수) 양석환(1루수) 김재환(좌익수) 강승호(2루수) 전민재(유격수) 이유찬(3루수) 조수행(우익수)으로 맞섰다. 선발 투수는 최원준이었다.

시작은 롯데가 좋았다. 롯데는 2회초 레이예스의 선제 솔로포, 나승엽의 2루타에 이은 박승욱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따냈다.

3회초에도 황성빈의 안타와 도루, 손호영의 투수 땅볼 때 두산 최원준의 실책이 더해져 3-0으로 앞서갔다. 결국 최원준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⅓이닝 만에 교체됐다.

하지만 두산은 홍건희-김강률-이병헌-김택연으로 이어지는 황금 불펜을 가동, 이후 롯데 타선을 상대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한편 3회초 마지막 롯데 손호영의 견제사가 반전의 시작이었을까.

두산은 3회말 조수행의 볼넷, 정수빈의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잡았다. 제러드는 삼진.

이어 양의지의 3루 땅볼 때 행운이 찾아왔다. 롯데 3루수 손호영의 글러브에 박힌 공이 빠지지 않은 것. 두산으로선 공짜로 1점을 얻은 셈이다. 이어진 양석환의 적시타로 2점째.

이어진 찬스가 김재환에게 걸렸지만, 김재환의 타구는 짧은 좌익수 뜬공이었다. 이때 양의지가 과감하게 홈으로 태그업했지만, 롯데 좌익수 레이예스의 홈송구에 아웃됐다.

두산은 굴하지 않았다. 4회말 2사 후 이승엽 감독이 믿었던 이유찬이 2루타를 쳤고, 조수행이 2루쪽 느린 땅볼 때 전력질주해 1루에서 세이프됐다. 롯데 수비진이 당황하는 사이 이유찬이 그대로 홈으로 파고들어 3-3 동점.

5회말 무사 1,2루 찬스는 양의지의 병살타와 양석환의 파울 플라이로 좌절됐다. 하지만 두산에는 김재환이 있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김재환은 앞선 타석의 아쉬움을 결자해지 결승포로 만회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6회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두산은 8회초 2사 2루에서 마무리 김택연을 조기 투입해 불을 껐다. 8회말 2사 만루의 결정적 찬스는 아쉽게 놓쳤다.

김택연은 9회초 롯데 선두타자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번트에 이은 폭투로 1사 3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전준우-윤동희를 잇따라 잡아내며 기어코 승리를 지켜냈다. 올해 14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