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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이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실었다. 김종민 감독의 격려에 힘입어 즐겁게 파도를 타는 중이다.

이윤정의 V-리그 4년차 시즌은 험난했다. 이전 시즌 0%의 기적을 일군 우승 세터였던 이윤정은 2023-24시즌에 정규리그 6위라는, 본인의 V-리그 데뷔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팀을 더 높은 위치로 이끌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은 이윤정에게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비시즌이다. 차근차근 숙제를 해나가고 있는 이윤정을 <더스파이크>가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훈련장에서 오후 훈련이 끝난 뒤 만날 수 있었다. 이윤정은 “웨이트와 체력 보강에 주력했고, 국내 선수들의 백어택 옵션을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도 집중했다. 좀 더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해보고 있다”며 비시즌 근황을 먼저 소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2일 베트남 닌 빈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다. 2024 베트남텔레비전(VTV) 국제여자배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출국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짧은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이윤정에게 휴가 기간 동안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묻자 그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강)소휘가 자기 짐을 오피스텔로 옮기는 걸 좀 도와달라고 해서 휴가 기간에 짐을 같이 옮겨줬다. 그랬더니 소휘가 고맙다고 갈비를 사줬다. 그런데 오전 훈련 때 감독님이 ‘너 오늘 힘이 왜 이렇게 좋냐’고 물어보시더라. 소휘가 사준 갈비 덕분이라고 말씀드렸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이윤정과 지난 시즌, 그리고 이번 비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윤정은 “내가 흔들린 순간이 좀 많았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내 플레이를 돌아보려고 노력했다. 포지션 특성상 내가 흔들리면 팀 경기력에 티가 많이 난다. 다음 시즌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본 소감을 전했다.

기적의 우승을 이끈 세터에서 6위 세터가 되는 하락의 과정은 이윤정에게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종민 감독은 이윤정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이윤정은 “사실 이렇게까지 성적을 못낸 시즌이 처음이라 조금 힘들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이미 험난했다. 이런 시련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거고, 성장의 계기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덕분에 힘을 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며 김 감독 덕분에 힘든 순간을 헤쳐가고 있음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윤정의 최대 숙제인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도 힘이 돼주고 있다. 이윤정은 “지나치게 안정 지향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에 대해 감독님이 변화를 요구하셔서, 조금 떨어진 공도 속공을 밀어보는 등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훈련 때 ‘윤정아, 괜찮다! 방금 거 좋다!’ 하시면서 칭찬해주셨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다(웃음). 자신감이 생겼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됐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니까 요즘 정말 배구가 재밌다”며 재차 김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 이윤정이 배구에 대해 느낀 재미는 이번 비시즌을 치러가는 그의 최대 원동력이다. “배구가 재밌다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드는 시기다. 특히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정말 즐겁다”며 밝게 웃은 이윤정은 “(강)소휘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둘이서 ‘요즘 배구가 너무 재밌지 않냐?’하면서 서로 공감하는 대화를 많이 하는데, 같이 즐겁게 의지를 다지고 있다”며 동갑내기 강소휘와의 동반 상승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 이윤정에게 힘과 재미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은 김 감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명세터 출신 이효희 코치와 새로운 포지션 동료 하효림도 이윤정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윤정은 “효쌤(이효희 코치)의 존재가 정말 감사하다고 느낀다. 같은 포지션 출신이시다보니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신다. (하)효림이의 경우 나이도 비슷하고, 실업 경력이 있는 점도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술했듯 한국도로공사는 VTV컵 참가를 위해 곧 베트남으로 떠난다. 이윤정은 이 대회를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다. 2017년에 수원시청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했고, 당시 참가자 중 최고의 외모와 인기를 자랑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미스 VTV컵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윤정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앞으로 보여줄 방향성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추구해온 변화를 얼마나 실전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먼저 표했다.

이후 이윤정은 미스 VTV컵에 대한 이야기도 유쾌하게 풀었다. “아버지도, 수원시청 시절 동료들도 또 받을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더라(웃음). 또 주시면 감사히 받겠다. 기대는 안 한다”며 웃음을 터뜨린 이윤정은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꿀팁’을 달라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웃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주최 측에서 선수단을 촬영하는데, 나는 당시에 카메라에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무심한 듯한 시크함이 좀 어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의식하지 말고, 오버하지 말고. 이런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유쾌한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 내내 밝게 웃던 이윤정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도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실업에 있다가 프로로 오고 나서 더 많은 팬 분들이 생겼다. 가끔 팬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찰 때가 있다. 이런 기분을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늘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 감사 인사의 진심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란다. 앞으로도 저와 한국도로공사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진심을 내비쳤다.

변화의 파도를 즐겁게 타고 있는 이윤정이 VTV컵에서 노력의 결실을 증명해보고자 한다. 베트남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이윤정이 코트 안팎에서 또 한 번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_김천/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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