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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안세영 작심비판' 사태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각종 비위 의혹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김택규 회장의 독단 행정이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안세영 사태'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밀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가 하면 협회 대의원·이사회의 정당한 정보 공개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는 최근 안세영의 작심비판 사태와 관련해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16일 협회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라는 통보를 했다.

안세영의 작심비판이 터진 뒤 7일 조기 귀국한 협회 집행부는 그동안 대책회의도 한 번 열지 않다가 진상조사위를 만들었지만 이조차 밀실·독단 행정이었다. 협회에는 회장을 제외하고도 6명의 부회장단과 30명의 이사 등의 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진상조사위가 언제, 어떻게 구성됐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복수의 부회장과 이사들은 코칭스태프가 출석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야 진상조사위의 존재를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배드민턴계에서는 “협회가 '제 얼굴에 분칠'하는 식의 조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 “국가대표팀의 선수 관리 부실로 책임을 돌려 본질을 흐리려한다“ 등의 의혹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자 협회는 15일 밤 출입기자단 알림 문자를 통해 “변호사(2명), 교수와 협회 인권위원장과 감사 등이 포함된 5명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고 밝히고 “16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선수 부상 관리와 국제대회 참가 시스템, 관리 규정 등을 조사해 제도개선 및 발전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뒤늦게 공개된 진상조사위 구성원을 놓고도 주변에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집행 임원들과 상의도 없이 조사 위원을 선임한 데다, 3명의 외부 인사에 더해 2명의 내부인사로 임명된 인권위원장 이모씨와 감사 박모씨는 '친 김택규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이사·대의원들은 “배드민턴계에서 해당 내부 인사 2명이 김택규 회장 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객관·중립성이 의심되는 인물을 포함시켜 놓고 어떻게 엄정한 진상조사를 기대하겠느냐“며 “요즘 김 회장의 행태를 보면 사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계속 소통 부재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 아니다. 양파를 까듯, 김 회장의 독단·갑질에 대한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김 회장이 국고 보조금사업(승강제리그, 유·청소년클럽대회)을 위한 용품(셔틀콕)을 구입하면서 페이백을 받아 입맛에 맞는 시·도협회, 팀에 지원했다는 의혹은 지난 2월 잇달아 열린 제90차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서 공식 거론됐다. 당시 이사와 대의원들은 “페이백을 받은 것에 대해 투명하게 회계 처리를 하지 않고, 페이백 용품을 17개 시·도 협회에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크다“며 용품 지원 현황, 국고 보조금 정산 자료 등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협회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속기록으로 남겨둬야 하는 이사회, 대의원총회 회의록도 회의 참석자들이 요청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다. 그런가 하면 2월 20일 대의원총회에서는 산하 연맹 회장이 소신 발언을 했다가 회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발언권을 박탈 당했고, 항의 표시로 회의장을 뛰쳐나가는 소동도 있었다.

이번에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일부 시·도협회장 등 임원진을 파견하는 과정에서도 이사회(7월 17일)에서 구체적인 파견자 명단과 예산 집행 내역을 보고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역시 묵살당했다.

한 관계자는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집행부 간부 직원으로부터 '회장이 제공하지 말라고 한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파리올림픽 임원 출장 비용과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올림픽이 끝난 뒤 귀국하면 사후 정산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폭언 등 '갑질'에 대한 추가 제보도 나왔다. 2개월여 전, 협회 사무국의 단체 워크숍이 열렸을 때 김 회장이 술에 취해 간부 직원의 목덜미를 잡고 욕설을 퍼부었고, 다른 행사장 회식 자리에서도 이 간부에게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2022년 원로 배드민턴계 인사의 장례식장에서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특정 임원을 지칭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험담을 퍼부은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조선은 협회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집행부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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