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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태형 감독 마음에 쏙 들었겠는데.

이런 엄청난 퍼포먼스를 한방에 보여주려고, 그동안은 움츠러들어 있었던 것인가.

'최강야구' 예술 커브의 위용이 드디어 발산됐다. 기적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에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

신인 정현수가 부산 홈팬들 앞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발산했다. 롯데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터진 캡틴 전준우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5대4 승리를 거뒀다. 3연전 위닝시리즈. 최근 12경기 9승을 쓸어담으며 5위 SSG 랜더스를 2.5경기 차로 추격하게 됐다.

언급했듯이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MVP가 되겠지만, 숨은 주역은 정현수였다. 선발 이민석이 2⅓이닝 동안 안타 4개, 볼넷 4개를 주며 흔들렸는데 정현수가 2번째 투수로 나와 3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엄청났던 건 뭐냐. 48개의 공을 던지며 삼진을 무려 7개나 잡았다는 것이다. 이민석이 3연속 볼넷으로 흔들리며 만든 1사 만루 위기. 정현수는 변상권과 원성준을 연속 삼진 처리해 대위기를 넘겨줬다.

이건 시작이었다. 4회 이승원과 김건희를 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타자 연속 삼진. 5회 선두 이주형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키움이 자랑하는 김혜성-송성문-최주환 라인을 가볍게 정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6회 변상권과 원성준을 다시 삼진으로 아웃시킨 뒤 마운드를 한현희에게 넘겼다.

사실 정현수는 입단 전부터 유명했다. 지난해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 출연해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것이다. 김성근 감독에게 인정받은 커브였다. 롯데가 2차 2라운드에서 그를 선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큰 기대를 받은 것과 달리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키움과의 경기 전, 1군 4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6월23일 키움전은 선발로도 기회를 받았는데 당시 2⅓이닝 3안타 4볼넷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김 감독은 이달 초 정현수 얘기가 나오자 “2군에서 보고는 늘 좋다. 내가 봐도 구위는 나쁘지 않다“고 말하면서 가슴을 툭툭 쳤다. 1군 마운드에 오르면, 긴장감에 자기 공을 못던진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맞으면 맞았지, 소위 말하는 '볼질'을 하는 투수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쓸 조짐이다. 야수 최항이 부상을 당하며 갑작스럽게 이날 경기를 앞두고 콜업됐고, 선발 이민석이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가며 등판 기회까지 얻었다. 그런데 김 감독을 깜짝 놀라게 했다. 중간에 동점만 되지 않았다면 승리투수가 될 뻔했다. 물론 달콤한 프로 첫 홀드를 기록하기는 했다.

듣던대로 커브는 '명품'이었다. 떨어지는 각도가 대단했다. '전설' 구대성 해설위원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슬라이더까지 있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종으로, 횡으로 떨어지는 공들에 어떻게 장단을 맞춰야 할 지 헷갈리는 모습이었다. 5회 송성문 삼진을 보자. 2S 상황서 송성문 머리쪽으로 공이 향하는데, 맥없이 방망이가 나왔다. 그쪽에서 떨어지는 커브를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직구는 140km 정도지만 느린 커브를 보던 타자들에게는 150km 같은 효과를 줬다. 6회 변상권 삼진도, 마지막 커브를 노리는 타자를 상대로 허를 찌르는 직구로 승부했다. 이날 제구라면 김 감독이 언제든 믿고 투입할 수 있을 듯 하다. 타자들이 절대 쉽게 칠 수 있는 구위가 아니다. 진해수와 함께 좌완 원포인트 역할만 제대로 해준다고 해도 롯데에는 엄청난 소득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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