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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역대 '몬스터즈' 출신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 롯데 자이언츠 정현수(23)가 빛나는 인생투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다.

프로 데뷔 첫승은 아쉽게 놓쳤지만, 첫 홀드를 따냈다. '좌완 갈증'에 시달리는 소속팀에게 단비 같은 기쁨을 안겼다. 18일 부산 키움 히어로즈전이 그 무대였다.

정현수는 데뷔전 그 평가가 크게 갈리는 선수였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2라운드(전체 13번)에서 정현수의 이름을 외쳤을 때, 야구계에선 물음표도 함께 떠올랐다.

롯데는 좌완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으로 봤다. 대담성이 좋고 제구력과 운영능력, 변화구까지 갖췄다는 호평.

반면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대졸 선수인데다 체격조건이 좋거나 아주 빠른 직구의 소유자도 아니라는 점에서 회의적인 평가도 뒤따랐다. 대학 무대에서 증명된 완급조절과 안정감, 좌완이라는 메리트만으로는 기대하기 너무 이르다는 시선도 있었다.

'최강야구' 인기로 인한 과대평가라는 시선, 대학야구 54이닝, 최강야구 15이닝(팀내 4위)를 소화한 피로도에 대한 혹사 우려도 있었다.

'최강야구' 팬덤에서도 주목도가 남다른 선수였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출연 당시 아마추어 선수 중 인기 투톱을 달릴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개막을 앞두고 만난 정현수는 “생각도 못했던 관심을 받아 놀랍고 감사하다“는 속내를 전했다.

높은 기대감은 곧 부담감이기도 하다. 정현수는 앞서 4번의 등판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 그중 한번은 6월 23일 고척 키움전 선발등판이었지만, 2⅓이닝 3안타 4볼넷 1실점으로 부진했다.

올시즌 1군을 주무대로 삼아 활약한 황영묵(한화) 고영우 원성준(키움) 등 '최강야구' 동기들에 비해 부족했다. 심지어 2024 몬스터즈와의 맞대결에서도 팀은 승리했지만, 정현수는 이대호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3회초 선발 이민석의 난조와 함께 2번째 투수로 등장한 정현수는 '최강야구' 동기 원성준 포함 4명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 첫 타자 이주형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김혜성-송성문(삼진)-최주환을 연속 범타 처리하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6회에도 다시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3⅓이닝 1피안타 무사4구 7K. 말 그대로 인생투, 완벽투였다. 좌타자인 변상권과 원성준을 상대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좌투 불펜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내는 한편, 자신의 장점으로 꼽힌 안정감과 여유, 변화구를 한꺼번에 증명하며 향후 선발 경쟁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만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올시즌에도 롯데는 좌완 불펜이 넉넉하지 않다. 시즌전 베테랑 진해수와 임준섭을 보강했고, 송재영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현수의 활약은 시즌 막판 실낱 같은 가을야구 희망을 안고 달리는 롯데에겐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단비였다. 정현수는 앞으로도 쭉 김태형 롯데 감독을 미소짓게 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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