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20 11:05:00]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저와 같은 선수들에게는, 정말 다시 없을 소중한 기회입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이 열린 1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 현재 고교, 대학 엘리트 선수가 아닌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선수, 고교 및 대학 선수 등록 후 중퇴한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자신이 가진 걸 어필하는 자리였다. 기존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 프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자동 오디션이 된다. 하지만 독립구단 등 소속이 불분명한 선수들에게는 이날 하루가 인생 가장 중요한 날이 될 수 있었다.
35도가 넘는 폭염. 그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극도의 긴장감. 30개였다. 야수들은 30개의 공을 때리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투수들은 30개의 공을 뿌릴 수 있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너무 적다고 하소연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인 스카우트는 “30개 정도면 능력치를 웬만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30번의 스윙과 투구를 위해, 선수들은 수개월, 수년을 야구에만 미쳐 살았다. 그렇게 떨렸던 트라이아웃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나버리니, 허무함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한 참가 선수는 “타격이 너무 아쉬웠다. 원래 이거보다는 더 잘 칠 수 있는데“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정상적인 코스를 밟지 못한 선수들인만큼,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혼혈 선수 양제이가 대표적.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레전드' 양동근 코치의 조카라는 것과 150km를 넘는 빠른 공을 뿌릴 수 있다고 해 유명세를 탔다. 실제 이날 현장에 온 스카우트, 취재진 중 다수가 양제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양제이는 행복한 트라이아웃 참가자였다.
다른 선수들은 '나는 들러리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에 집중했다. 야수 수비 테스트에서 화려한 몸 놀림과 강한 어깨로 시선을 끈 선수가 있었다. 유격수 최유현. 충암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야구에서 활약한 경력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수비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절반은 타격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절반은 도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미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서 마음을 다잡았다. 미국 대학야구는 투수들 대부분이 140km 중반 이상의 공을 던진다. 2년 동안 실전에서 그 공을 매일같이 때렸다. 수비도 더 많이 보완했다. 스카우트분들께서 오늘 어떻게 봐주셨을지 모르겠다. 지난 몇 달 동안 기도, 연습만 한 것 같다“며 굵은 땀방울을 닦아냈다.
내야수 최유승은 중학교, 고등학교 선수 경력이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선출'이다. 그런데 최유현과 함께 탄탄한 2루 수비 키스톤 플레이를 선보였다. “비선출인데 저런 플레이를 하는 게 놀랍다“는 한 구단 스카우트 호평도 들었다.
선수 출신이 아닌데 왜 프로 무대 힘든 도전을 선택한 것일까. 최유승은 “다른 친구들처럼 선수는 아니었어도, 야구에 대한 끈은 놓은 적이 없다. 꾸준하게 개인 레슨을 받으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고 말하며 “이렇게 도전해볼 수 있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기회“라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고 프로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냉정히 말하면,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고 시합을 뛴 선수들도 지명을 받는 게 '바늘 구멍 통과하기'인데 이들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젊은 날, 꿈을 갖고 모든 걸 바친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평생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3명의 선수 외, 김경묵 김유신 이다님 이준우 정현준 조은결 최시환 윤건 유종탁 김민규 양지웅 여민재 총 15명의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날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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