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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김)원중이 형, (구)승민이 형, 꼭 남아주세요. 저 혼자 어떡해요?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미 황폐해진 불펜이 주인 잃은 절간마냥 휑해질 위기다. 그 적막함을 견디기 힘든 남자가 있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은 간절했다.

올해 롯데는 불펜이 무너지면서 고전했다. 구승민-김원중을 비롯해 베테랑 김상수, 한현희 등이 애썼지만 흔들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진, 김강현 정현수 등 영건들이 두각을 드러낸 건 반갑지만, 결과적으로 가을야구는 7년 연속 실패를 맛봤다.

끝이 아니다. 올겨울에는 초대형 위기에 직면했다. 수년간 롯데 뒷문을 책임져온 구승민과 김원중이 한꺼번에 FA로 풀렸다. 롯데 역사상 최다 홀드(121개), 세이브(132개)의 주인공들이다.

특히 구승민은 1년 뒤엔 C등급(첫 FA)으로 풀릴 수 있었지만, 올해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두 선수 모두 A등급(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우와 연봉 200%, 또는 연봉 300%) FA다.

만약 구원듀오가 롯데를 떠날 경우 최준용은 마무리 후보로 거론될 만한 몇 안되는 투수다. 지난 8월 어깨 수술을 하고 아직도 재활중인 최준용에겐 너무 무거운 짐이다.

최준용의 공백이 절실하게 느껴진 시즌이었다. 그는 “올시즌은 한 게 없어요. 잘 준비해서 내년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야구가 하고 싶어질까봐“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경기 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야구 중계를 켜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특히 경기 중후반으로 접어들면 위기에 빠지는 팀을 보며 안타까움과 책임감으로 물들곤 했다.

“(어깨는)예전부터 아팠어요. 언젠가는 수술해야할 곳이었는데, 올해 7월에는 수술 소견이 나왔습니다. 서울 병원들에서 크로스체크도 했는데, 모두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왕 할 거 빨리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죠.“

근황을 묻자 “치료, 보강 운동, 러닝, 웨이트(트레이닝)의 연속입니다“라며 웃었다. '리그 최고의 직구'로 불리던 데뷔초 모습을 되찾기 위해, 기초부터 하나하나 다듬는 기회로 삼고 있는 그다. 재활 일정은 12월까지, 이후는 공을 던지며 투수로서 복귀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최준용은 “아직 공을 던져보지 않아 잘된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현재로선 긍정적“이라며 미소로 답했다.

팀내에서 '만인의 절친'으로 불릴 만큼 친분이 넓은 최준용이지만, 그에게도 김원중과 구승민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롯데 투수들 중 롯데에서 뛴 기간이 가장 긴 투수가 바로 김원중(2012년 입단)이다. 그 다음은 구승민과 박진형(2013년 입단)으로 이어진다.

다만 박진형은 올해 김태형 감독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7경기 6⅓이닝에 불과하다. 구승민과 김원중이 빠지면, 최준용은 지난해 1군에서 2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 투수들 중 롯데에서 뛴 기간이 가장 긴 선수(2020년 입단)가 된다. 최준용으로서도 당황스러운 무게감이다.

“신인 때부터 승민이 형, 원중이 형이랑 함께 했잖아요. 믿고 따르는 선배이자 경쟁 상대기도 하고, 아직 배우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 셋이 함께 하는 탄탄한 롯데 불펜을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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