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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팀 홈런 압도적 1위, 그런데 팀 타율은 9위. 이 간극을 어떻게 해소할까.

'졌잘싸'로 평가받는 삼성 라이온즈의 2024 시즌. 하위권일 거라는 평가를 뒤엎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1차전 서스펜디드 악재 속 1승을 따내며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삼성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야수진이 그렇다. 올해 처음 풀타임을 뛴 김영웅이 28홈런을 몰아쳤고 이재현과 김지찬도 공-수에서 더 발전한 모습을 선보였다. 윤정빈이라는 미래 좌타 거포가 될 선수도 발굴해냈다. 김현준, 김성윤 등 재능 넘치는 외야수들도 있다.

하지만 삼성이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확실히 있다. 극단적인 홈런 위주 타격에서, 어떻게 힘을 빼느냐다.

삼성은 올해 정규시즌 극과 극의 행보였다. 팀 홈런은 185개로 전체 1위. 46홈런을 친 홈런왕 데이비슨을 보유한 NC 다이노스보다 13개가 더 많았다. 삼성 팀 내 1위 구자욱(33홈런)이 리그 전체 5위인 걸 감안하면, 많은 선수들이 고르개 홈런을 생산해냈다는 뜻이 된다.

홈구장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리그 최고의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외야가 육각 모양으로, 중앙부터 파울 폴대까지 직선으로 빠지는 구조라 좌-우중간 거리가 매우 짧다. 다른 구장이면 플라이가 될 타구가 홈런이 되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박진만 감독도 포스트시즌 내내 대구에서 “우리의 강점“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홈런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오는 팀 컬러로 승리하겠다는 의지였다.

때문에 삼성 선수들은 스윙이 거침 없다. 이는 좋게 표현한 것이고, 조금 비판적으로 표현하자면 '모 아니면 도' 스윙이다. 이를 보여주는 게 삼성의 팀 타율이다. 2할6푼9리. 10개팀 중 9위였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보다 5리 높았다. 우승팀 KIA 타이거즈(3할1리)와는 엄청난 차이다.

홈런, 나오면 좋다. 보는 재미도 있다. 팬들이 열광한다. 하지만 안타보다는 확률이 떨어진다. 구자욱이 568타석에서 안타 169번을 치는 동안 홈런은 33개였다. 장타와 단타가 적절히 조화가 돼야 흐름이 좋아질 수 있는데, 홈런이 터지는 날은 이기고 아닌 날은 지는 야구는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실제 이번 가을 삼성은 대구에서 홈런쇼를 펼치다, 잠실과 광주에서는 중요할 때 침묵했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3점슛이 많이 들어가면 이길 확률이 높아지지만, 3점슛은 확률은 높아야 30%대다. 50%가 넘는 2점슛 확률을 높이는 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격수 이재현이다. 한국시리즈 5차전 8회초. 삼성이 마지막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KIA는 마무리 정해영을 올렸다. 5-7 2점차. 물론 장타로 한 번에 역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단타로 일단 동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재현의 스윙은 지나치게 컸고, 내야 플라이로 끝났다.

이재현은 올해 14개 홈런을 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타율도 커리어하이였다. 하지만 2할6푼에 그쳤다. 한방을 노리는 풀파워 히터 스타일.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진다. '장타 유격수' 타이틀도 좋지만 슈퍼스타 유격수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컨택트 능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영웅도 타율이 2할5푼2리에 그친다. 28홈런 성적에 비해 아쉬운 타율. 한 베테랑 야구인은 “김영웅처럼 30홈런 정도가 보장이 된다면 크게 휘두르는 게 정답일 수 있다. 그래도 타자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장타를 노릴 때와 팀 배팅을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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