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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에서 열린 '25년차 홍보 달인' 이현옥 홍보협력관(60)의 정년퇴임식.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설립 이후 사상 첫 정년퇴직 사례다.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뿐 아니라 체육단체 발전의 선례가 될 것“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세워진 후 19년 만에 새겨진 첫 '완주'의 기록이자 다사다난한 스포츠 행정계에서 뚝심 있게 버텨낸 여성 홍보 전문가가 세상에 보여준 희망의 증거다. 장애-비장애 체육회를 통틀어 유일한 여성 1급 직원이었던 그녀가 또 하나의 '사상 첫' 기록과 함께 후배들의 축복 속에 인생 1막과의 작별을 고했다.

이 협력관의 24년은 대한민국 장애인체육 홍보의 역사다. '삼성석유화학 12년차 홍보과장'이었던 그녀는 2000년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대한장애인체육회의 전신)로 이직했다. '장애인체육의 대모' 황연대 당시 부회장이 삼성 출신 홍보 전문인력을 '급구'했다. 30대 중반의 그녀 역시 “나사못같은 일상에 대한 회의와 함께 유리천장을 깰 돌파구가 절실했던 시점“이었다.

2000년 첫 시드니패럴림픽은 '우당탕탕 좌충우돌'이었다. “패럴림픽이 뭔지, AD(대회 출입카드)가 뭔지도 몰랐다. 현장기자도 방송사 1명뿐이었던 시절“이라고 돌아봤다.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패럴림픽 땐 스키 한상민 선수가 사상 첫 은메달을 따면서 난리가 났다. 홍보인력 없이 간 대회였는데 기자들 전화가 쏟아졌다. 일요일 아침 출근해 미디어 대응을 했다. 보도자료, 선수 프로필, 사진, 기록지, 이메일을 정신없이 챙긴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장애인체육 출입기자 개념도 없던 때 출입기자단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대한체육회 기자명단을 받아 '우리도 스포츠의 한 부분으로 봐달라' 부탁하며 다녔었다“고 했다.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한 후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을 앞두고 홍보팀이 처음 생겼다. 그녀는 2018년 평창패럴림픽까지 홍보부장으로 일했고, 2021년 도쿄패럴림픽 총감독도 역임했다. 장애인체육인과 미디어의 연결고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자 영민한 해결사였다.

25년째 그녀를 붙잡은 건 마이너리티에 대한 공감대와 소명의식이었다. “나는 이혼한 워킹맘이다. 2000년대 초반 '애 딸린 돌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존재였다. 학보사 남자선배들도 이혼했다고 하니 안 놀아주더라. 사회가 새긴 주홍글씨와 편견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복지진흥회 시절 삼성이 운영한 스키캠프 기억도 난다. 아침부터 장애아이 엄마들이 줄을 섰다. 신나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손을 흔드는데 다시 캄캄한 현실로 돌아가는 것같았다.'내가 저들과 다른 게 뭘까' 생각했었다“고 했다.

원석을 벼리고 쪼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일은 천직이었다.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 휠체어육상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20세 청년' 홍석만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 그의 원석같은 가치가 홍보를 통해 보석으로 깎여 미디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매력적인 이 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대기업 나사못'의 무력감 대신 '홍보 테크니션'의 자부심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 협력관은 “무엇보다 체육회에서 여성 보스를 만난 건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장향숙 회장님께서 홍보팀을 만들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다. 나 또한 후배들에게 더 힘이 돼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아쉽다“고 했다. 여성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도 전했다. “이젠 가정, 직장생활 둘다 잘 할 수 있다. 여성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다. 일 잘하는 것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우리 시대엔 남자처럼 일하려 노력했지만 달라진 세상의 후배들에겐 여자처럼 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성의 강점이 빛을 발할 시대다. 계속 문을 두드리고, 전문성을 갖고 자신 있게 넓은 세상에 도전하면 좋겠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을 앞둔 시점, 장애인체육 출입기자단은 공고하고, 장애인체육 간담회 때면 20~30여 매체가 참석한다. 격세지감이다. 험난한 시대를 헤쳐온 이 협력관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 장애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시점과 장애인체육의 폭발적 매력이 발산되는 시점이 맞물렸다. 합이 딱 맞았다. 장애인체육에도, 우리 사회에도 행운“이라고 했다. “그 시점에 준비된, 매력적인 선수들이 나와줬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위대한 공로자“라며 감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평창패럴림픽의 모든 순간들“이다. 이 협력관은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긴 진입로를 아이와 함께 오르던 젊은 부모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국민들이 장애인스포츠에 무관심했던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문을 열었더니 바로 앞에서 손 잡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장애인체육 홍보의 길을 연 이 협력관의 다음 여정을 물었다. “장애인체육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조건 없는 지지와 지원을 받아왔다. 이러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면서 “선수 권익, 인권, 장애인체육에 정직한 에너지가 돌 수 있게 하는 데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사각지대의 복지, '숲 치유' 같은 산림복지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공부도 하고 있다. 장애인체육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처럼 막막한 곳이라면 그만큼 또 할 일이 많지 않을까“라고 했다.

2014년 소치패럴림픽을 앞두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셨던 아버지는 이 협력관이 귀국한 지 일주일 만에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가 딸에게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힘들지 않았어?“였다. “힘들지 않았어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이 협력관은 “죽을 듯이 힘든 날도 분명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그저 감사한 나날들이었다“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역사상 첫 정년퇴임식이 있던 날, 동료, 후배들의 문자와 편지가 답지했다. 이천선수촌서 동고동락했던 '미화반 여사님'은 “코로나로 격리됐을 때 간식을 보내주셔서 감사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한 후배 직원은 “체육인지원센터 때 사주신 수제화 지금도 잘 신고 있다“고 인사했다. 엄마의 퇴임식에 서른살 아들도 동행했다. 이 협력관은 “일하는 엄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장애인체육을 접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준 것이 아들에게도, 우리 회사에도 가장 감사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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