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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려운 형편 탓에 접었던 골프, 다시 잡은 클럽으로 국내 최고 권위 남자 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캐디 출신 골퍼' 전가람(29)이 제67회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선수권대회 정상에 섰다. 전가람은 9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 남, 서 코스(파71·7142야드)에서 펼쳐진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우승상금 3억2000만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5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가 된 전가람은 김홍택 배상문(이상 14언더파)을 3타차로 따돌리며 정상에 섰다. 통산 3승.

2013년 KPGA에 입회, 2016년부터 투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전가람은 2018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첫승을 거뒀다. 당시 자신이 캐디로 일하던 경기도 포천의 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중2때 골프를 시작, 고3까지 프로의 꿈을 키웠지만 가세가 기울며 프로의 꿈을 접고 생업에 뛰어 들었던 전가람이 쓴 '신데렐라 스토리'. 2019년 2승을 거둔 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한 전가람은 다시 한 번 정상에 서면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18번홀. 페어웨이 양 옆의 큰 호수로 매년 우승 향방이 극적으로 바뀌었던 이 홀에서 전가람은 265m 짜리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가까스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라선 전가람은 12.5m 짜리 버디 퍼트 기회를 성공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공이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전가람은 모자를 벗어 던진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했다.

전가람은 “마지막홀 퍼팅이 들어갈 줄은 생각 못했다. 들어간 뒤엔 어안이 벙벙했다. 아직도 우승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날 7번홀까지 타수를 지켰던 전가람은 “8번홀 첫 버디 전까지는 계속 버디 기회에서 짧은 퍼트를 했다. 대회 내내 퍼팅이 잘 됐는데 우승 경쟁을 하다 보니 퍼트를 짧게 쳤다. 나름대로 길게 쳤는데 짧아서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너무 겁을 먹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13번홀(파5)에서 티샷이 오른쪽 산등성이 쪽으로 치우쳐 그린이 가려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버디로 만든 걸 두고는 “차라리 벙커에 들어갔다면 좀 더 쉬웠을텐데 라이가 내 기준에서 썩 좋지 않았다“며 “'페이드가 먹힐까' 생각하다 (두 번째 샷을) 쳤는데, 다행이 그린에 잘 올라갔고, 버디로 잘 마무리 됐다“고 돌아봤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전가람은 “아내가 골프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가 고민하고 밤잠을 설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려 해준다. '빨리 우승해서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상금 받았으니 이걸로 신혼집을 구할 생각“이라고 웃었다.

“군 제대 후 작년에 시드가 끝났다. 우승 상금보다 5년 시드를 받게 된 게 크다“고 말한 전가람은 “부상 없이 롱런하며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양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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