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6-25 13:21:51]
서울 SK 나이츠에게 올 시즌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라이벌 정관장으로부터 오세근(37‧199.8cm)을 영입하며 직전시즌 준우승 전력에 강력한 무기를 하나 더했다. 오세근의 나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전시즌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고 베테랑이 되면서 신체능력보다는 BQ와 노련미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던지라 충분히 제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결과는 아쉬웠다. 오세근의 경기력은 믿을 수 없을만큼 뚝 떨어졌고 원했던 시너지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유의 노련미를 앞세워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지만 역대급 전력을 자랑하는 KCC와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제대로 힘도 못쓰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최준용(30‧200.2cm)의 친정팀 조롱에 SK팬들은 더더욱 속이 쓰릴 수 밖에 없었다.
현재 SK는 다시 뛰고 있다. 전희철 감독 부임 후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면서 훈련 소집이 7월이었는데 지난 시즌을 일찍 마친 탓에 이번에는 6월에 비시즌을 시작했다.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의지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1~22시즌 통합우승을 거둘때만해도 SK왕조가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안영준(29‧194.1cm)의 군입대 공백에 더해 최준용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팀전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나 그런 상황에서도 2022~23시즌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후 안영준이 돌아오고 오세근이 추가되었던지라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못했다.
핵심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그로인한 과부하 등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면 플레이오프의 판도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를 일이다. 베테랑 슈터 허일영(38‧195cm)의 이적 공백이 아쉽기는 하지만 오재현(24‧187cm)이 전성기에 접어드는 등 플러스 요소도 적지않은지라 다음 시즌 역시 충분히 경쟁력을 가져갈만하다.
SK를 기대하게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김선형(35‧187cm)과 자밀 워니(30‧199cm)이 원투펀치가 건재하다는 부분이다. 통합 우승 다음 시즌 주전 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둘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김선형, 워니 원투펀치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부터 동반 폭발하기 시작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이어졌다.
매경기 내달렸는지라 체력이 방전되지 않았다면 7차전의 아쉬운 패배도 없었을 공산이 크다. 초호화 멤버 정관장(당시 KGC)도 시리즈 내내 둘을 감당하지 못했다. ‘몰빵 농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감독은 당시 대놓고 김선형과 워니를 중심으로 화력농구를 펼쳤는데 대부분 팀들을 알면서도 당하기 일쑤였다.
듀얼가드인 김선형은 자신의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들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빈틈을 노려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방식으로 전체 공격을 지휘한다. 기본적으로 드리블 능력이 매우 좋다. 정관장이 순간적인 풀 코트 프레스로 기습 압박을 가해도 드리블을 통해 빠져나가 버리는 모습이 여러번 나왔다.
그렇게되자 당황스러운 것은 정관장이었다. 풀 코트 프레스는 상대를 특정 구역 안에 묶어버리거나 당황해서 실책을 유발하기 위한 공략법인데, 실패하게되면 뒷공간이 열려버리게 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김선형의 크로스오버는 좌우 보폭을 상당히 크게 가져간다.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를 상대할 때보다 더 많은 움직임이 요구된다. 물론 그러는 사이 김선형은 이미 마크맨을 지나쳐서 공격을 전개하기 일쑤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김선형은 자신이 마음먹은데로 자유롭게 움직임을 가져갔다. 빼어난 볼 핸들링과 탁월한 스피드 그리고 운동능력을 앞세운 화살같은 돌파는 여전했으며 거기에 템포조절까지 더해졌다. 젊은 시절의 그가 빈틈을 뚫거나 아예 수비를 찢고 들어갔다면 베테랑이 된 이후에는 상황에 맞게 속이고 흘리기도 한다.
상대의 수비가 돌파에 집중된다 싶으면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고, 돌파하다 수비가 몰리면 미드레인지로 허점을 노리거나 조금 멀리에서 반박자 빠르게 플로터를 올려버린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패싱능력에도 물이 올랐다. 적재적소에서 외곽의 허일영과 골밑 근처의 최부경에게 들어가는 패스는 김선형, 워니의 원투펀치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정관장 수비진을 허탈하게 만들어버리고는 했다.
워니는 최근 몇시즌간 리그에서 제일가는 득점머신으로 활약중이다. 대부분 공격이 포스트인근에 집중되고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언터처블급 위력을 자랑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공을 잡은 워니는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쇼를 보여준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묵직하게 포스트업을 치고들어가서 훅슛을 시도하는 것을 비롯 골밑슛이 실패해도 연거푸 리바운드를 잡아낸 후 우겨넣기로 마무리지을 만큼 몸싸움에도 능하다.
전가의 보도 ’플로터‘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SK에서 플로터 슛에 능한 선수를 언급하면 김선형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김선형은 리그를 대표하는 플로터 장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워니 역시 플로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손끝 감각이 뜨거운 날은 흡사 ’던지면 들어간다‘는 수준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수비가 있던 말던 거리가 멀건 가까우건 개의치않고 성공시킨다.
포스트 인근은 물론 자유투 라인 혹은 3점슛 라인 바로 아래서 던지는 경우도 많은데 성공률이 상당하다. 더블팀, 트리플팀 사이에서 성의없이(?) 그냥 휙 던진 것 같이 보임에도 계속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수비수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거기에 파워툴마저 장착했는지라 수비수들에게 겹겹이 둘러쌓은 상황에서도 좀처럼 밀리거나 중심을 잃지않는다. 때문에 공격시 안정적인 밸런스에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성공률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게으른것도 아니다. 득점력이 좋다고 몸을 사리면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아닌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스크린을 걸어주고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한다. 시야도 좋은 편인지라 동료 쪽이 비어있으면 무리해서 공격을 고집하지않고 찬스를 봐준다. 매시즌 새로운 외국인선수가 리그에 들어옴에도 여전히 정상권에서 경쟁하는 이유다.
워니와 김선형은 개개인도 무섭지만 2대2 플레이는 더욱 위력적이다. 김선형이 워니의 스크린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둘다 일대일로는 제어가 힘든 선수들인지라 한 선수를 신경쓰다보면 나머지 선수에게 당하기 일쑤다. 이들 원투펀치는 다음 시즌에도 여전한 위력을 떨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김선형의 체력이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그는 아무래도 신체능력에서 예전같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을 노련미로 채우고있지만 체력같은 경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같은 경우 크고 작은 부상에 더해 정규시즌에서 힘을 너무 많이 빼며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했다.
때문에 우승을 노리는 SK로서는 워니-김선형을 정규시즌에서 무리시키 않는 것이 과제다. 최대한 둘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해 플레이오프에 나선다면 2022~23시즌의 퍼포먼스가 재현되지말란 법도 없다. 그러기위해서는 오재현이 정규시즌에서 좀 더 많은 롤을 가져가는 것을 비롯 오세근의 부활 또한 절실하다.
2옵션 외국인선수로 팀에 합류한 아이제아 힉스(30‧202cm)의 부활여부 역시 관심거리다. 힉스는 기량만 놓고 따졌을 때는 2옵션으로 국내에 들어올 선수가 아니다. 부상으로 인한 몸상태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SK에서 여전한 기량을 보여준다면 다시금 가치가 폭등할 수 있다. 힉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라 남다른 의욕으로 시즌에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힉스는 워니처럼 엄청난 파워 테크니션까지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활동범위가 더 넓다. 또다른 방식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다. 특히 오세근과의 호흡에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다. 만약 힉스와 오세근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면 SK는 천군만마를 얻게된다. 관리가 되는 김선형-워니의 원투펀치 또한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SK팬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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