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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운좋게 그런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4-3으로 쫓긴 7회초 2사 2,3루에서 등판한 투수의 말에서 나온 멘트. 처음엔 잘못들었나 했다. 운좋게 등판했다니…. 실점 위기에 나온 것을 운이 좋다고 말하는 그의 마인드가 궁금했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왼손 불펜 김대유는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1군에 등록됐다. 왼손 불펜 이준영이 팔이 뻑뻑한 느낌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 김대유가 올라온 것. 왼손 불펜 최지민과 곽도규가 이틀 연투를 한 상황이라 이날 휴식일이어서 왼손 불펜은 김대유 뿐이었다. 그리고 4-2로 앞선 7회초 두번째 투수로 올라온 장현식이 선두 박동원에게 솔로포를 맞고 문보경에게 안타, 구본혁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무사 2,3루의 역전 위기에 몰리자 곧바로 김대유가 올라왔다.

김대유는 첫 타자 8번 박해민에게 슬라이더 2개로 2S를 잡은 뒤 140㎞의 바깥쪽 낮은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그리고 9번 신민재와의 승부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다. 초구에 신민재가 헛스윙을 하자 스킵 동작을 한 문보경이 역동작에 걸렸고 포수 한준수의 견제구에 태그 아웃됐다. 1사 2,3루의 기회가 2사 2루가 됐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신민재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1번 홍창기와의 승부. 2B2S에서 승부구로 커브를 던진 게 뒤로 빠지면서 2,3루가 됐다. 안타 하나면 역전. 결정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홍창기가 헛스윙하며 이닝 종료. 치지 않았다면 볼이었지만 선구안이 좋아 볼넷 1위인 홍창기도 속은 공이었다. 올시즌 첫 홀드.

경기 후 만난 김대유는 “어린 친구들이 휴식일이어서 운 좋게 그런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진짜 팀이 도와줘서 그런 아웃카운트(견제사)도 잡아 주고 이런 것 때문에 더 힘을 받을 수 있어서 더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 운도 따른 것 같다. 이겨서 좋다“라며 밝게 웃었다.

김대유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는 게 힘든 일일 수도 있는데 즐거운 일이다“라며 “서로 서로 막아주면서 가는 게 불펜이 할 일이고 그러면서 팀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장)현식이도 좋고 저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이렇게 다 물론 쉬고 있는 친구들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으니까. 왜냐면 본인들이 던져서 해야 되는 건데 백업이 잘해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 좋다. 이게 팀이니까“라며 선수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막는 것임을 강조했다.

친정 LG전이었다. 내려놓았다고 했다. 김대유는 “2군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에게서 내려 놓는 법을 많이 알려주셨다. 그래서 이런 경기에서도 큰 욕심 없이 들어가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감사드린다“라면서 “작년에 LG전에 안좋았는데 나도 모르게 많이 의식을 했었다. 의식을 안하려고 했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의식을 하면서 힘이 더 들어간다거나 그런게 있었던 것 같다. 힘이 들어가면서 미스가 나며 사구가 많았다. 올해는 그냥 편하게 쉽게쉽게 하자. 그렇게 던졌다“라고 했다.

더그아웃에서 장현식이 김대유에게 파묻히듯 안기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김대유는 “나같아도 안아줄 것 같다. 현식이와 캐치볼 파트너인데 항상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 그래야 다같이 살아서 성적이 나는 거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도움을 처음으로 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좀 너무 안고 싶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KIA의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랐다. 김대유는 “당장 좀 힘들다고 얘기하시는데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흔들려보이는 거다. 야구가 점수를 주는게 투수이기 때문에 지금 그런 상황들이 좀 생긴다고 해서 친구들이 안흔들리면 좋겠다“라며 “그냥 쭉 가면 어차피 자기 에버리지가 나온다. 근데 잘하고 있으니까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이런 상황이 오면 이기는데 보탬이 되겠다“며 동료들을 감쌌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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