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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4회말 0-5로 뒤지고 있던 KIA 타이거즈 관계자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선두 타자로 나선 김도영이 날린 홈런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김도영은 1B1S에서 류현진이 뿌린 125㎞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배트를 휘둘러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으로 김도영은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 달성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출신 KIA 선수 중 마지막으로 20-20을 달성한 건 2003년 이종범 이후 김도영이 처음. 만 20세 8개월 21일에 20-20 고지에 오르면서 KBO리그 최연소 역대 2위(1위 LG 김재현, 18세 11개월 5일) 기록도 세웠다. 김도영 뿐만 아니라 KIA에게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홈런을 친 투수가 다름아닌 지난해까지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김도영은 경기 후 “(류현진 선배가) 어렵게 승부할거라 생각했다. 계속 고개를 흔들길래 확실히 내 정보를 알고 있다고 봤다.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두 번째 타석에선 승부가 계속 과감하게 들어와 집중력을 갖고 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류현진 선배에게 홈런을 쳐) 너무 영광스럽다“며 “(홈런을 친 기념구에) 류현진 선배 이름을 꼭 적어서 공을 달라고 요청했다. 20번째 홈런을 류현진 선배에게 칠 수 있어 너무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개막 한 달 만에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 이후 장염 증세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타격 부진을 겪으면서 페이스가 잠시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어이 전반기 내에 20-20클럽 달성에 성공하면서 '이종범의 재림'이라는 자신 이름 앞의 수식어에 걸맞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김도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기록을 세울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이젠 지나간 것이기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1년 만에 선배 이종범의 이름 뒤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을 두고는 “너무 영광스럽고 기분 좋다. 약간 운명인 것 같다. 이종범 선배 다음에 김도영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게 너무 행복하고 영광스럽기만 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종범도 해내지 못했던 전반기 20-20 달성. 이제 김도영의 목표는 이종범이 입단 5년차 만에 해냈던 30-30클럽 달성이다.

김도영은 “도루 욕심은 이제 좀 버리려 한다. 확실히 도루를 하다 보면 체력이 떨어지는 감이 있어 조심스럽다. 이제 팀이 진짜 필요할 때만 뛰려 한다“며 “(30-30을) 하고는 싶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기록에 대한 건 잊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율에 좀 더 욕심이 있다. 3할 타자가 돼야 리그 정상급 선수라 생각한다. 다른 것보단 올해는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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