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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타석 제일 앞에서 치라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날카로운 분석이 10년째 천적을 잡았다.

'107억 에이스' KT 위즈 고영표는 2015년 첫 데뷔 이래 롯데의 악몽으로 군림했다.

고영표는 리그와 국가대표팀을 대표하는 투수다. 2021~2023 3시즌 연속 퀄리티스타트 21개씩을 기록하며 '고퀄스'로 불릴 만큼 안정감이 뛰어난 토종 에이스다.

하지만 롯데 상대론 강해도 너무 강했다. 19일 수원 롯데전 이전까지 10시즌 동안 롯데 상대로 25경기 8승4패 평균자책점 2.47, 2021년 이후만 따지면 9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0.98을 기록중이었다.

롯데로선 복수의 기회였다. 고영표는 지난 4월 2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긴 재활을 거쳐 78일만에 1군 복귀전을 치르는 상황.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김주찬)타격코치가 타자들에게 '타석 가장 앞쪽에서 쳐라'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좋은 고영표를 상대로 '변하기 전에' 치는 전략을 택한 것. 특히 카운트 잡으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5타자가 연속 안타를 치며 순삭간에 4점을 뽑았다. 모두가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절묘하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변화구가 많은 투수, 특히 체인지업 상대로는 앞에서 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타자들은 자기 타석 위치 조정을 굉장히 예민해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사령탑의 말대로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는 그냥 평소 자기 위치에서 치는 걸 택했다.

김태형 감독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KT 감독 역시 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고영표에게 변화구를 더 앞에서 떨구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1회에만 5실점하며 흔들렸던 고영표는 2회 1실점의 조정기를 거쳐 3~5회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3이닝 동안 10타자 중 2루타를 친 서동욱을 제외한 9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냈다.

반대로 KT는 롯데의 전력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까지 LG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손호영은 물론 고승민 나승엽 윤동희 황성빈 등 주요 타자들이 모두 지난해에는 주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첫 경기라 큰 기대는 안했다“면서도 “몰린 공은 별로 없었다. 롯데 타자들이 스윙 포인트를 잘 잡았다. 앞에서 떨어지는 공이 다 맞아나갔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걸 투수가 좀더 빨리 캐치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고영표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비에서도 한경기에 5실책이 나올 만큼 좋지 못했다. 제구로 맞춰잡는 투수인 고영표에겐 수비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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