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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던 사이. 이제는 적이 됐지만, 서로가 잘되는 모습은 여전히 미소짓게 하는 장면이었다.

지난 1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은 가운데 SSG 선발투수 김광현은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상대 타자를 바라봐야만 했다.

김강민과 이재원. 김광현이 입단했을 때부터 함께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우승의 기쁨을 함께 맛봤던 사이다.

특히 이재원과의 추억은 남달랐다. 2022년 SS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김광현은 '피날레 투수'였고, 이재원은 그의 공을 받았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둘은 두 팔을 번쩍 들었고, 마운드에서 격한 포옹을 했다.

14시즌을 함께 한 팀에서 뛰었던 사이. 이제는 적이 됐다.

이재원은 지난해 27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9푼1리로 시즌을 마쳤다. 팀 내 입지가 줄어들면서 현역 생활 연장 기로에 놓였다. 이재원은 자진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와 계약했다.

두 팀의 10번째 만남에서 성사된 김광현과 이재원의 만남. 마운드에 있던 김광현은 인사를 하면서 이재원을 맞았다.

'옛정'은 뒤로하고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누구보다 김광현의 공을 잘 알았던 '안방마님'은 안타 두 방을 날렸다. 체인지업과 커브를 각각 공략했다.

김광현은 “(이)재원이 형이 워낙 내 공을 많이 받아봐서 익숙한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재원은 “기사를 통해서 (김)광현이가 (김)강민에 형에게 인사를 해준 것만 나왔는데 내가 타석에 들어설 때도 인사를 해줬다. 고맙다고 같이 인사를 하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광현이 말대로 서로 경기를 하는 것이니 나도 전력을 다하려고 했다. 그래도 최근 타격감이 좋아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던 거 같다“고 했다.

안타 두 방을 쳤지만, 김광현의 공은 여전히 이재원이 보기에는 명품이었다. 이재원은 “끝나고 메시지를 보냈다. '공이 여전히 좋다. 네가 왜 에이스고 좋은 투수인지 알겠다. 내가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한화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재원의 모습을 반겼다. SSG에 있던 마지막 몇 년 간 야구가 안 풀리면서 힘겨워했던 모습이 남아있었기 때문. 김광현은 “이재원이 잘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편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재원은 “내가 마지막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광현이는 알고 있으네 그런 말을 한 거 같다“라며 “한화에서 성적이 나면 좋은데 부진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밝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김)광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던 거 같다. SSG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 고생을 털어버리고 이제는 새로운 신뢰를 받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재원은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끝을 서운하게 하면 안 될 선수“라며 “방망이 치는 거나 스로잉 하는 걸 보니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재원은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 몇 경기 하지 않았지만, 고참 선수가 이번에 많이 오면서 책임감을 먼저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해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라는 거 같다. 감사하고 항상 긴장하고 있고, 책임감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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