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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희생플라이에 2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오다니. SSG 랜더스 최지훈이 발로 만든 1점. 10점만큼이나 많은 메시지를 주는 장면이었다.

SSG는 지난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대0 강우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날 오후 늦게부터 장마로 인한 비 예보가 있는 가운데, SSG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빠르게 점수를 뽑아냈다.

1회 최정의 솔로 홈런, 2회 최지훈의 투런 홈런 그리고 고명준의 백투백 홈런, 3회 박성한의 희생플라이 타점까지. 1~3회 매 이닝 점수를 뽑아내며 5-0으로 두산을 압박했다.

그리고 4회초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7번타자 최지훈이 우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발이 빠른 최지훈은 다음 타자 고명준의 타석에서 두산 포수 양의지의 견제를 뚫고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고명준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그 다음 타자 하재훈 타석에서 진루 기회가 왔다.

하재훈은 두산 선발 김동주의 3구째를 타격해 우익수 방면으로 깊숙한 뜬공 타구를 날렸다. 우익수쪽이고 타구가 깊어 태그업을 시도하면 3루까지는 충분히 들어가는 타구.

그런데 타구를 지켜보다 2루 베이스에 다시 터치한 최지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작심한듯 뛰기 시작했다. 그냥 3루까지 들어가겠다는 속도가 아니었다. 태그업을 하자마자 전력질주. 최지훈은 3루에서 멈추지 않고 베이스를 돌아 홈까지 들어왔다. 결과는 홈인. 희생플라이 2루주자 홈인이라는 진귀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판단이 좋았다. 두산 우익수 헨리 라모스가 본인 예상보다 하재훈의 타구가 조금 더 깊이 뻗어가면서 중심이 뒤로 무너지면서 공을 잡았다. 라모스가 정상적으로 포구해 재빨리 다음 수비 동작을 했다면 최지훈도 홈까지는 엄두가 안났을 것이다. 하지만 라모스의 중심이 완전히 흐트러진 상황에서 송구까지 지체된 시간을 감안한 최지훈이 처음부터 전력 질주로 홈까지 파고들었다. 조동화 주루코치도 지체 없이 사인을 줬고, 다소 과감한 판단이 쐐기 득점으로 이어졌다.

최근 팀 분위기가 침체됐던 SSG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3승7패에 그쳤고,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 자체가 무기력했다. 투수들은 맞아나가고, 타자들은 결정적일때 못쳤다.

때문에 28일 경기가 끝난 후 이숭용 감독이 처음으로 경기 후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8연패에 빠진 기간에도 없었던 소집인데, 경기력을 봤을때 진정한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순위는 5위지만, 더 올라갈 수 있는 기회들을 번번히 발로 차버린 SSG가 언제 6위 아래로 추락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강조했고, 이날 SSG 선수들은 1회부터 확실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최지훈이 발로 만든 1점 역시 10득점 만큼의 값어치가 있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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