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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힘들었다. 4회인가? 누가 LG-삼성 경기 끝났다고 해서 좀 당황하긴 했는데…우리 선수들 잘했으니까.“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이 신중함 속에도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승민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6대4 승리를 이끌었다.

두번의 안타는 득점과 연결되지 못했지만, 7회말 2-4에서 3점째 따라붙는 내야안타는 아주 소중했다. 2루수 옆쪽을 파고드는 느린 타구, 고승민은 1루에 거침없이 몸을 던져 기어코 세이프를 만들어냈다.

고승민은 엄지손가락 불편 증세로 선수 보호차원에서 교체됐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고승민은 “괜찮다“며 환하게 웃었다.

5시간 20분에 걸친 전날 경기. 고승민은 “솔직히 만루홈런 쳤을 때(7-14 추격)도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그런데 아무도 포기를 안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기진 못했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경기“라며 미소지었다.

정도는 달랐지만 이날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0-3, 1-4로 뒤지다가 상대 선발이 교체된 뒤 승부를 뒤엎었다.

고승민은 “점수차가 크지 않았고, 훈이 선배님 홈런으로 분위기를 타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끼리 '하나하나 작전'이라고 하는데, 타자들이 각자 역할을 다 잘하는 것 같다. 한번에 단숨에 역전하는게 아니라 번트도 대고, 진루타도 쳐주고, 희생플라이도 치고, 1점1점 따라가니까 일단 1점 내기고 쉽고, 그렇게 따라가다보면 뒤집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 “어제도 끝내기 찬스가 있었는데 그건 좀 아쉽다. 그래도 모두가 MVP인 경기였던 것 같다“며 고양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2루 1루 우익수 좌익수까지 포지션이 많이 바뀌었다. 고승민은 “2루는 정말 매력있는 포지션“이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리그 수준급의 수비력을 갖췄다. 그만큼 수비하는 선수 잘 없다“고 칭찬했다.

특히 5회 1사 1루에서 2루 옆쪽 땅볼을 잡아 오히려 2루 쪽으로 송구하는 멋진 장면도 만들어냈다. 그는 “우리팀 내야수 평균이 다 크다. 나승엽은 나보다 더 큰데“라며 웃은 뒤 “어디든 나가면 좋다. 다 준비돼있다. 솔직히 좌익수는 좀 어렵다. 처음 해보는 자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때부턴 잘 안시키신다“며 멋쩍게 웃었다.

올시즌 말 그대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매서운 타구속도를 바탕으로 아쉬웠던 장타력까지 갖춰간다. 좌투수 대처 역시 발전하고 있다, 고승민은“일단 타석에 많이 들어가니까 그만큼 성적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붙는다“고 했다.

캡틴 전준우는 “부상으로 빠질 땐 좀 미안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잘하고 있어서 부상을 완벽하게 고치고 돌아왔다“며 웃었다.

윤동희 나승엽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대등한 입장에서 선발투수 분석을 공유하고, 자체 피드백도 거세게 돌아간다. 멘털적인 부분도 서로 다잡아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김태형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줘 승리할 수 있었다.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플레이를 해준 선수단 전체를 칭찬해 주고싶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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