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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레전드의 발자취에 한끝이 모자랐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30)의 프로야구 연속 경기 안타 도전은 30경기에서 끝났다.

손호영은 2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을 기록, 지난 4월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시작된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마무리지었다.

8회초 무사 1,3루에서 내야 땅볼 때 1루에 온몸을 던졌지만, 아쉽게 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말로는 “당장 내일 끝나도 된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되뇌였지만, 내심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싸웠을 그다. 팀의 기세가 기록 행진과 함께 상승세를 탄 것도 손호영에겐 다행이었다.

마침 기록 보유자(단일 시즌 기준)가 소속팀 레전드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1990년대 롯데의 혼으로 불렸던 '탱크' 박정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손호영처럼 고생 많이 한 선수가 잘돼야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선수“라며 응원했다.

비록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손호영의 성공 신화는 '노력하는 자에겐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좋은 예로 남을 전망이다.

손호영은 미국 무대에도 도전했던 유망주다.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한때 투수로 전향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국내 무대로 복귀한 뒤 군복무부터 마쳤고, 독립야구 연천미라클을 거쳐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를 거쳐가는 감독마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하는 선수였지만, 거듭된 부상에 발목을 잡히는 사이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 한 시즌 최다 출전이 36경기 74타석(2022년)에 불과했을 정도다. LG의 선수 풀이 그만큼 탄탄했다.

결국 3월 30일, 고속 사이드암 우강훈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로 이적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트레이드 직후 “매일 손호영이 안타 몇개 쳤나 확인한다. 롯데에선 잘했으면 좋겠다“고 축원했다. 당시만 해도 '서른살까지 터지지 않은 유망주'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주류였다.

하지만 그 잠재력이 부산에서 터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롯데에서 빠르게 자리잡았다. 2루-유격수-3루를 오가는 만능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나승엽(1루) 고승민(2루) 박승욱(유격수)와 함께 새롭게 리빌딩된 롯데 내야의 한 축이 됐다.

찬스에도 강하고, 뜻밖의 장타 한방도 갖추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가 돌아온 뒤에도 곧바로 안타 행진을 이어갈 만큼 뛰어난 감각도 돋보였다. 지난 6월 18일과 20일, 위태로웠던 안타 행진을 이어간 건 결정적인 순간 터진 홈런이었다. 특히 20일 경기는 앞서 3번이나 삼진을 당했지만, 9회말 KT 마무리 박영현에게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린 드라마틱함이 빛났다.

그렇게 김재환(2018년, 30경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더이상 내딛지 못했다. 박정태(1999, 31경기)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롯데 구단 입장에서도 25년만에 맞이한 경사스런 도전의 시간이었다.

대기록 행진은 이렇게 끝났지만, 야구팬들의 마음에 손호영 이름 석자를 제대로 새긴 시간이었다. 손호영의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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