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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9억원 계약금을 받은 거물 유망주가 4년만에 팔꿈치 수술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장재영의 선택은 야구계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타자 전향을 선언한 것이다.

야구천재는 다르다. 장재영은 22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타구 속도가 무려 178㎞, 비거리도 125에 달했다.

타자 전향을 선언한지 약 한달만, 1군에 올라온지는 단 3경기만에 벌어진 일이다. 아무리 청소년 국가대표 4번타자 출신이라지만, 투수로만 4시즌째 뛰던 선수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 퓨처스에서 타율은 낮지만 한달사이 홈런 5개를 때려 1군에 등록됐고, 1군에서도 힘 하나는 진짜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날 고척돔은 4층 관중석까지, 1만6000석 전체가 매진됐다. 장재영의 인생역전포에는 현장을 찾은 롯데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새롭게 출발한 장재영의 데뷔 첫 홈런은 당연히 기념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홈런볼을 되찾는 과정이 험난했다. 하마터면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말 그대로 총알 같았던 홈런. 공은 고척돔 스탠드 쪽에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튕겨나왔다.

이를 잡은 롯데 좌익수 빅터 레이예스는 장재영이 어떤 선수인지, 이 홈런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는 공을 주워 관중석으로 던져줬다. 이 공을 잡은 건 한 롯데팬이었다.

이때 중견수 황성빈이 황급히 달려왔다. 황성빈은 레이예스에게 '데뷔 첫 홈런볼'임을 빠르게 설명하는 한편, 팬에게도 공을 돌려주길 청했다. 롯데팬은 흔쾌히 공을 돌려줬다.

키움 구단은 감사의 의미로 지난해 제작된 이정후 플레이어 티셔츠 3벌, 그리고 올해 출시 예정인 김혜성 플레이어 티셔츠 3벌을 선물로 증정했다. 키움 구단은 “롯데팬이신 만큼 혹시 롯데 선수의 유니폼이나 사인볼을 원하시는지 여쭤봤고, 소원에 따라 롯데 윤동희의 유니폼과 사인볼을 구입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 후 레이예스는 “힘든 경기였는데 윌커슨이 굉장한 투구를 보여줬다. 덕분에 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전반기 우리팀이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장재영의 첫 홈런인지 미처 몰랐다. 축하를 전한다“며 웃었다.

덕수고 출신 장재영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역대 2위 계약금인 9억원(1위 한기주 10억원)을 받았다.

최고 158㎞ 압도적인 직구를 지녔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3년간 56경기 103⅓이닝, 1승 5패 평균자책점 5.53에 그쳤다.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빠졌고, 결국 토미존(팔꿈치 내측인대 재건)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팔꿈치 인대가 70~80% 손상됐다'는 소견에도 재활을 택했고, 이어 타자 변신을 선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9경기 타율 2할3푼2리(69타수 16안타) 5홈런 13타점 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10을 기록해 1군에 등록됐고, 이날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고교 동기인 롯데 나승엽은 “평소에도 연락 자주 하는데, 야구 얘긴 잘 안했다. (야수 전향에 대해)조언을 구하진 않았다“면서도 고교 시절 '타자 장재영'에 대해 “그때부터 힘이 남달랐다. 거포 느낌이 난다“고 평했다.

친구의 눈은 정확했다. 아직 중견수 수비는 조금 서툴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외야수 장재영'의 미래는 밝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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