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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위기→퍼펙트 문앞까지. 1안타 무4사구 완봉승 켈리가 인터뷰 중 눈물 흘린 이유는[잠실 인터뷰]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잠실 예수'가 부활했다. 그것도 KBO리그 사상 첫 퍼펙트 게임에 도전했다. 9회초 안타를 맞고 무산됐지만 1안타 무4사구 완봉승. 자신의 데뷔 6년째에 통산 두번째 완봉승이 가장 중요한 순간 나왔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25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9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4대0의 완봉승을 기록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애런 윌커슨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20년 10월 9일 잠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서 9이닝 2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완봉승을 거둔 뒤 3년 8개월여만에 두번째 완봉승을 기록. 당시 스코어도 이번과 같은 4대0이었다. 당시에도 2회말 유강남이 스리런포를 날렸다.

켈리는 올시즌 삼성전에 좋지 않았다. 3경기서 2패에 평균자책점 6.86을 기록 중이었다. 3월 26일 잠실 경기에선 6이닝 7안타 1사구 6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4월 24일 대구 경기에선 5⅔이닝 10안타(2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고, 6월 13일 대구 경기에서는 8이닝을 혼자 다 던지며 완투했지만 8안타(3홈런) 1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올해 부진한 켈리지만 잠실에선 좋았다. 8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 중. 그리고 잠실에서 만난 삼성에게 '잠실 예수'의 위용을 보였다.

6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했다. 1회초 김지찬을 중견수 플라이, 이재현을 삼진, 구자욱을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출발한 켈리는 삼성 타선을 쉽게 맞혀 잡으며 빠르게 이닝을 잡아 먹었다. 5회까지 58개의 공으로 모두 삼자범퇴. 6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던 켈리인데 이날은 6회초도 윤정빈과 강민호 안주형을 단 8개의 공만으로 모두 범타처리했다. 볼넷도 없었고 실책도 없이 삼성 타자들이 한명도 출루하지 못했다. 7회부터 1루측 LG 관중들이 공격 때보다 수비 때 더 큰 환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켈리의 퍼펙트 게임을 의식하고 응원하기 시작한 것.

7회초 선두 김지찬의 타구에 관심이 쏠렸다. 1루 라인을 타고 가는 땅볼 타구를 오스틴이 1루를 밟으며 잡으려했는데 공이 미트를 맞고 옆으로 떨어졌다. 1루심이 페어를 선언하면서 1루에서의 결과가 궁금했는데 오스틴이 다이빙을 하며 1루에 공을 잡은 미트를 먼저 터치했다. 하지만 주심이 파울 선언을 해 다시 파울로 정정. LG 염경엽 감독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결과는 아웃. 이어 이재현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2아웃. 구자욱이 친 타구가 빗맞아 유격수를 넘는 행운의 안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유격수 구본혁이 뒤로 달려가 잡아내 7회까지 퍼펙트가 이어졌다.

8회를 넘어 9회초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던진 2구째 체인지업이 중전안타가 됐다. 타구가 날아가는 순간 누구도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고, 순간 켈리도 주저앉으며 좌절. 곧바로 포수 박동원과 김경태 투수코치가 올라와 진정의 시간을 가졌고 켈리는 강민호를 3루수앞 병살타,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투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퍼펙트 게임의 순간. 켈리는 9회초에 오르면서 똑같이 던지려고 애썼다고. 켈리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공 하나 하나, 순간 순간에 집중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이럴 때 뭔가 더 하려다가 무산이 되기도 하기에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했다. 오늘 경기가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빨리 진행돼 그런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은 공은 체인지업. 켈리는 “체인지업이 바깥쪽 낮게 들어갔는데 상대가 쳤다. 좋은 공이었는데 상대가 쳤으니 경기중에 발생할 수 있었던 그런 상황이었다“면서 “안타 맞고 박동원이 올라와 그래도 멋있다면서 게임을 끝낼 수 있도록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얘기해줘서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안타를 맞은 뒤 1루쪽으로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다. 켈리는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것“이라고 뜻을 설명. 이어 “안타를 친 타자에게 한 것도 있다“며 웃었다.

켈리는 이날 방송 인터뷰 중 눈물을 흘렸다. 이유를 묻자 켈리는 “8,9회에 팬분들이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다“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날 켈리는 최고 구속 149㎞의 직구와 함께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포크볼, 싱커 등 다양한 구종으로 삼성을 완벽하게 눌렀다. 켈리는 “시즌 초에는 구속이 안올라와서 답답했다. 스스로 알아가기 위해 많은 훈련을 했다. 뭔가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더워지는 날씨도 도움이 됐다“면서 “다시 구속이 올라가는 것이 고무적이고 이젠 과거의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퍼펙트 게임을 놓친 것은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켈리는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게임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투수로서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다“면서 “한국시리즈 등판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등판이겠지만 오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기억에 남을 등판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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