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의 조언 따위는 듣지 않을 예정이다.

잉글랜드는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의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스위스와 유로 2024 8강전을 치른다.

선수단 전력만 본다면 잉글랜드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지금 잉글랜드 국민들도 4강행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경기력이 이번 대회 들어서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 부카요 사카, 필 포든이라 전 세계 최고의 공격진을 가지고도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16강에서는 대회 최약체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탈락 코앞까지 갔다가 벨링엄의 극적인 동점골로 살아남았다. 연장전에서 케인의 역전골로 겨우 4강행에 오른 잉글랜드다.

그에 비해 스위스는 이번 대회 다크호스다. 그라니트 자캬, 마누엘 아칸지, 얀 좀머로 이어지는 탄탄한 척추라인을 기반으로 스위스는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독일과 1대1 무승부를 거뒀으며 16강에서는 이탈리아를 2대0으로 제압하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스위스가 잉글랜드를 제압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사령탑인 클린스만이 영국 더 선의 칼럼니스트로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전술적인 조언을 건네 화제다.

클린스만은 “잉글랜드는 토요일에 역대 최고의 스위스 팀과 맞붙는다. 스위스는 매우 힘든 상대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나는 잉글랜드가 스위스를 놀라게 할 수 있는 다른 걸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소 구식이지만 좋은 4-4-2 포메이션이 될 수 있다“며 잉글랜드에 4-4-2 포메이션을 추천해줬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4-2-3-1 포메이션만을 사용하고 있다. 케인을 최전방에 두고, 그 밑에 포든, 벨링엄, 사카를 배치 중이다. 하지만 네 선수의 시너지 효과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에 클린스만은 지난 슬로바키아전에서 후반 막판에 교체로 나와서 존재감을 보여준 이반 토니를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케인에게 육체적인 노력을 많이 하는 진정한 9번 스트라이커 파트너가 있으면 케인에게 큰 자유가 나온다. 환상적인 시스템일 수 있다. 케인과 토니처럼 열심히 일하는 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는 상대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토니는 공중볼에서도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케인의 파트너로 벨링엄이 아닌 토니를 넣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클린스만은 한국을 이끌던 시절에도 4-4-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해왔다. 조규성을 최전방에 놓고 손흥민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는 형태로 공격을 펼쳤다. 클린스만은 최전방 공격수지만 활동량이 많은 토니를 조규성처럼 넣고, 케인에게 수비적인 부담감을 덜어줘 손흥민처럼 프리롤로 사용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 케인이 9번 역할보다는 10번 역할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에 클린스만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이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전술적인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선수 시절에는 클린스만이 사우스게이트보다 위대한 선수였지만 지도자로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클린스만보다 낫다. 아직까지 우승 트로피는 없지만 월드컵 4강, 유로 준우승을 해낸 감독이다. 감독들의 무덤인 잉글랜드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장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은 사우스게이트에게 귀를 닫고, 자신의 직감을 믿으라고 말해줬다. 그는 “감독으로서 당신은 누구보다 선수단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토니나 콜 팔머 혹은 다른 선수를 넣고 싶은 직감이 생기거나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한두 명의 유명 선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더라도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뒤 “집에는 다른 결정을 내리길 원하는 5,600만 명의 감독들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한 국민적인 여론이 매우 비판적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지 말고,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이를 토대로 파악할 수 있는 건 한국 감독 시절, 클린스만의 생각이다.

클린스만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조언한 내용을 한국 감독일 때 정확하게 실천했다. 국민적인 여론은 듣지도 않았다. 국내 상주부터 시작해 재택 근무 논란, 잦은 해외 출장, 샐럽 활동 등 수많은 비판거리에 항상 당당하게 행동해왔다. 심지어 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충격적인 경기력으로 탈락한 뒤에 귀국할 때 웃으면서 입장했다.

여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인천국제공항 귀국 현장에서 한국 팬에게 엿 세례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는 경질론에 휩싸인 후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 손흥민, 이강인 등 한국 최고의 선수들을 제물로 삼아 자신을 변호하다가 경질됐다. 최악의 말로였다.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클린스만의 조언을 들을 사람은 없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다음 스위스전에서 3백으로의 변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기력 향상을 절실히 원하면서 스위스와의 유로 8강전에서 3백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서 3백 복귀를 시험했다. 아직 훈련이 2번 남아있지만 3백 변화가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스만의 전술적인 조언을 귀담아들을 지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