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게 지금으로선 최상의 조합이에요.“ 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 광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를 앞두고 만난 윤정환 강원 감독은 옅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부상자가 속출해 잇몸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전반기 선발 자원으로 활약한 핵심 외인 공격수 야고는 이달 초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고,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미드필더 김이석 김대우, 베테랑 레프트백 윤석영이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날 강원의 선발 라인업에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고교 특급' 양민혁과 이상헌 정한민 조진혁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제로톱'에 가까웠다. 중원은 측면 수비수 이유현을 궁여지책으로 끌어다 썼다. 벤치 한 자리엔 양민혁과 2006년생 동갑내기인 준프로 김형진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윤 감독의 우려와 달리, 강원의 잇몸은 예상한 것보다 튼튼했다. 서울에서 임대로 데려온 정한민은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드는 활발한 움직임과 허를 찌르는 침투패스로 공격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전반 1분 정한민의 크로스가 박스 안 이상헌에게 정확히 연결됐지만, 이상헌의 슛이 골대 위로 뜨면서 득점 무산됐다. 양민혁 이상헌은 활발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광주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인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유현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넘치는 에너지를 발현했다. '전술가'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강원의 전방 압박에 전방 압박으로 응수했다. 전반 16분 브루노의 프리킥이 정지훈의 이마에 닿았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양팀 감독은 지루할 틈 없이 실시간으로 수 싸움을 벌였다. 양팀 모두 공격시 상대 진영에 많은 숫자를 뒀다.

전반 33분, 윤 감독이 한 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상대 박스 부근에서 공을 빼앗은 강원의 정한민이 골문 구석을 노리고 찬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5월5일 수원FC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후 두 달만에 시즌 3호골을 낚았다. 강원은 후반에 들어 이희균 가브리엘, 이건희를 투입한 광주에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강한 압박과 탄탄한 수비로 광주의 공세를 틀어막았다. 후반 27분 광주 미드필더 박태준은 문전 앞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날렸다. 버티고 또 버티던 강원이 후반 36분 한 걸음 더 달아났다. 교체투입한 헨리가 영리한 드리블로 상대 좌측 지점을 돌파한 뒤 문전으로 크로스를 찔렀고, 공이 수비하던 광주 수비수 김진호의 발에 맞고 자책골로 기록됐다. 강원이 이번여름 새롭게 영입한 호주 출신 멀티 공격수 헨리는 데뷔전에서 강원팬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후반 추가시간 강원 골키퍼 이광연이 가브리엘의 헤더를 선방하며 광주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는 강원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강원은 이날 승리로 선두권 경쟁을 삼파전에서 순식간에 사파전으로 바꿔놓았다. 11승4무6패 승점 37점을 기록하며 3위 포항(38점)을 1점차로 추격했다. 선두 김천(40점)과는 고작 3점차다. 현재 1~3위인 김천 울산(39점) 포항은 약속이나 한듯 21라운드에서 모두 비기며 승점을 1점 획득하는데 그쳤다. 물론, 강원이 갈 길은 멀다. 하루 빨리 주요 부상자들이 돌아와야 무더위 일정을 견뎌낼 수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윙어 김경민 헨리를 영입한 강원은 야고의 빈자리를 채워줄 외인 스트라이커 보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광주는 '에이스' 엄지성이 스완지시티 입단이 공식화된 이후에 치른 첫 경기에서 패했다. 엄지성이 떠난 이후에야 출전 기회를 받은 2004년생 정지훈은 선발 출전 후 전반 39분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적어도 이날 경기에선 엄지성을 떠나보낸 광주의 손실이 야고를 잃은 강원보다 더 커보였다. 강릉=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