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두 사령탑의 기싸움은 여전했다.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55)과 대구FC의 박창현 감독(58)은 현역 시절 포항 스틸러스에서 동고동락했다. 박 감독이 2년 선배다. 1991년에는 룸메이트로 '뜨거운 동료애'를 나눴다. 박 감독이 시즌 도중 대구 지휘봉을 잡으면서 두 사령탑은 지난달 1일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홍 감독은 박 감독과의 첫 대결을 앞두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데, 선배를 내가 많이 키워줬다“고 웃었다. 박 감독도 홍 감독의 대결이 반가웠다. 그는 홍 감독의 “키워줬다“는 얘기를 전해듣자 “아이 참“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슈퍼스타라 선배같은 방졸이었다. 함부로 못했다“며 “내가 주장이었는데 간식도 갖다줬다“고 미소지었다.

첫 대결에선 울산이 적지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도 미소가 넘쳤다. 박 감독은 “지난 번에 홍 감독이 나를 키워줬다고 했던데, 오늘 경기에서 좀 키워달라는 얘기를 해달라“고 웃었다. 그 말을 전해들은 홍 감독은 “오늘은 못 키워준다“고 미소로 화답했다. 전장인 그라운드는 변칙과 변칙의 씨움으로 지략대결이 뜨거웠다. 박 감독은 공격적인 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잡을 수 있는 경기라고 판단된다. 오늘 경기에 이어 김천, 포항전이 기다리고 있다.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홍 감독은 수비라인의 체력 저하와 줄부상으로 현대고(울산 유스) 3학년에 재학 중인 '고등 센터백' 강민우를 선발 카드로 내세웠다. 2006년생인 강민우의 K리그 데뷔전이었다. 포백도 접었다. 변형 스리백으로 뒷문부터 잠꿨다. 박 감독은 “울산을 전반부터 힘으로 눌러야 한다. 첫 만남 때처럼 패기로 덤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강)민우에게는 일단은 자신감 있게 하라고 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빨리 잘 할 수 있는 리듬을 찾으라고 얘기했다“며 “수비수로서 접근이 굉장히 빠르고 고등학생 같지 않다. 하지만 프로는 또 다르다. 본인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뚜껑이 열리자 박 감독의 예상이 적중하는 듯 했다. 울산을 세차게 몰아쳤다. 전반 17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도 찾아왔다. 황재원의 중거리 슈팅이 조현우 맞고 앞으로 흘렀다. 안창민이 발을 갖다댔지만 골문을 외면하고 말았다. 울산은 변칙 전술에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흐름은 전반 37분 순식간에 바뀌었다. 수세에 몰렸던 울산이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이명재의 로빙 패스가 수비라인을 허물며 보야니치에게 배달됐다. 보야니치는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방향만 살짝 바꿨고, 볼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일격을 당한 박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용희 안창민 대신 벨톨라와 박세민을 투입했다. 홍 감독은 후반 11분에서야 첫 교체카드를 꺼냈다. 강윤구를 빼고 장시영을 수혈했다. 강민우는 잊지 못할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22분 근육 경련으로 2분 뒤 교체됐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대구의 공격의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고, 울산도 추가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울산이 26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9라운드에서 1대0으로 신승했다. 최근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를 질주한 울산은 승점 38점을 기록, 김천 상무(승점 36)을 밀어내고 하루 만에 선두에 복귀했다. 대구를 상대로는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를 기록했다. 대구는 2연승의 상승세가 꺾였다.

울산의 주포 주민규의 K리그 통산 역대 23번째 '40(골)-40(도움) 클럽' 가입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141골-39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풀타임 출전했지만 1도움을 추가하지 못했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