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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스페인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장이 안내방송을 켰다.

기장은 “우리 비행기 안에 매우 특별한 승객이 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장이 언급한 '특별한 승객'은 세계적인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우크라이나 골키퍼 안드리 루닌(25).

지난 2023~2024시즌, 주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장기 부상 공백을 메우며 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끈 루닌은 1일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B형 독감에 걸렸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이 결승 진출에 공로가 큰 루닌과 부상에서 갓 복귀한 쿠르투아 중 누구를 선발로 써야할지 고민할 법한 시기에 루닌이 감기 증세를 보이면서 결정하기가 더 쉬워졌다. 안첼로티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쿠르투아를 투입했고, 무실점 2대0 승리를 거두며 구단 통산 15번째 빅이어를 안았다.

루닌도 벤치 1열에 앉아 팀이 우승에 이르는 90분의 과정을 지켜봤다. 다만 동료들에게 감기가 옮을 수 있어 뒤늦게 홀로 런던으로 이동해야 했다. 레알 팬으로 추정되는 기장은 “레알 마드리드를 결승으로 이끌어준 루닌에게 감사를 표한다. 우리의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모든 승객분들은 루닌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기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행기 안에서 박수 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의자에 기대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던 루닌은 다른 승객이 있는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박수로 화답했다. 감동을 받은 표정이었다.

루닌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누비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쳤지만, 팀의 우승 후 여자친구, 동료들과 우승을 즐겼다. 러시아의 무력침공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기와 빅이어를 배경으로 사진도 남겼다.

루닌은 지난 2019년 FIFA U-20월드컵 결승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앞세운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선방쇼를 펼쳐 한국의 우승 도전을 막은 골키퍼로 잘 알려졌다.

한편, 복수의 스페인 매체는 맨유가 루닌 영입을 위해 2100만파운드(360억원)를 장전해놓았다고 보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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